소리 지르는 게 다가 아니다.

BJO INSTITUTE

소리 지르는 게 다가 아니다.

지금 당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떠올려 보자. 어떤 게 떠오르는가? 아마도 대부분 배우가 분노하거나 절규하는, 쌓여있던 감정을 쏟아내고 분출하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슬픔이나 분노와 같은 극단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버스를 타고 출근하거나 자리에 앉아 일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그 장면이 작중 가장 중요한 순간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기를 처음 시작하는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그런 장면들만이 ‘연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과 작가는 그 장면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복선과 일상을 작품 속에 배치한다. 그리고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이 그 캐릭터와 배우에게 완전히 몰입되었을 때 최고의 감동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그 캐릭터의 일상을 연기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연기라고 할 수 있다.

연기를 배우러 학원에 오면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살아온 배경이 각기 다른 사람들과 연기하며 대사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자신도 모르게 여러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러한 경험은 평소 만나는 지인들에게서는 얻을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배우가 되고자 모인 사람들의 경험과 정서를 나누는 것을 바탕으로 훨씬 밀도 있고 살아있는 일상을 표현할 수 있다. 이는 독학이나 개인레슨에서는 얻을 수 없는 연기학원만의 장점이다.

수강생에게 본인한테 맞는 대사를 찾아오라고 하면 십중팔구 위에서 언급한 그런 대사들을 찾아온다. 울거나 화내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실제 작품에서 울고 화내는 장면의 비중이 얼마나 될까? 차분하게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 연기하는 장면이 훨씬 많고 어렵다. 그만큼 더 중요하기도 하고.

연기는 소리 지르는 게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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